덕암 칼럼 승자의 여유 일지이무
2025.11.27 04:34:06
윤석열과 이재명, 두 사람의 피비린내 나는 정쟁이 결국 이재명의 승리로 종지부 졌다. 당초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이었지만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한국정치의 행보는 말 그대로 살아있는 생물이자 요동치는 역사의 북소리가 1차전 승리의 출정식을 가진 바 있다.
2022년 3월 당선, 그로부터 5년 임기 중 3년 만에 중도하차했다. 필자는 윤석열 당선 이후 군대도 안가보고 자식도 안 낳아본 사람이 한평생 피의자 불러다 조지기만 했던 사람이 일반 국민들 속사정을 알면 얼마나 알겠는지에 대해 신랄하게 성토한 적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국군의 날 주적주적 가을비 오는 데 터덜거리며 걷는 행진모습을 보고 제 3국에서 얼마나 비웃을지 누가 볼까 TV를 꺼버린 적도 있었다. 고등학교 재학시절 교련복을 입고 분열훈련을 했을 때나 육군에 입대하여 훈련병부터 병장 전역할 때 까지 집체 교육은 군인의 기본이었다.
어째 대통령이란 사람이 동네 깡패 조직도 아니고 위상이나 체통도 없이 같이 걸어가는 모습은 국군 통수권자로써 주변의 보좌진들 말을 죄다 무시했다는 느낌이었다. 일국의 군사적 도열은 해당 국가의 국방력을 전 세계 국방 분야 관계자와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일종의 위력과시용 행사다.
화려함 중심의 이벤트나 인기 중심의 콘서트가 아니다. 당연히 일사불란한 동작, 힘과 단결력을 보여줌으로서 주변 국가들이 함부로 넘보지 못하게 기를 죽이는 겁주기 행사다. 차라리 안하느니만 못하는 국군의 날 행사였다. 시력이 상황에 따라 정상이었다가 장애였다가 하면서 군대도 안 가본 사람이었다.
자식을 없으니 야심한 밤에 아픈 자식 들쳐 업고 응급실로 뛰어가 본적도 없었을 터이고 교육비에 절절매거나 카드 값 연체되어 고민했던 적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 권력을 잡았는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초기에 건설노조를 쥐 잡듯 할 때 과연 얼마나 갈까 싶었다. 얼핏 보면 귀족노조가 와해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과연 그랬을까.
소나기 잠시 피해가듯 노조가 일시적으로 주춤했지만 이를 믿고 그 장단에 춤췄던 건설사들은 후환이 두려워 겉모양만 따르는 시늉만 했지 결국 노조의 끈끈한 조직력은 고스란히 살아있었다. 물론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 노란 봉투법이 통과 되는 것과 별개의 문제라고 누가 생각할까.
건설사들의 중대 재해법에 이은 노조의 강행군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다. 이 모든 게 신중하지 못한 윤대통령의 자기중심적 정치가 빚은 비극이다. 이미 콘크리트 지지층을 확보한 민주당 입장에서 옳고 그림이 어디 있으며 지금처럼 윤대통령이 구속되어도 누가 옆에 서있을 것이며 누가 목숨 걸고 편을 들어줄까.
하지만 미국방문 당시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연설을 하거나 나름 국가의 미래를 위해 고민한 흔적들이 보일 때 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구나 싶었다. 야당과 출처도 불분명한 단체들이 사소한 트집까지 물고 늘어지는 걸 보고 저건 아니다 싶었다.
그러다 터진 것이 계엄령인데 마치 정의의 사도마냥 자신만이 애국의 선봉에서 포효를 질렀다가 지금의 이 꼴이 난 것이다. 아무리 찝적 거리며 뒤통수를 치고 발로 걷어차도 쥐죽은 듯 임기를 마쳤다면, 차기 정권에 반듯한 지도자가 등단하도록 시간을 벌어주었더라면 지금 같은 꼴은 면했을 것이다.
돌이켜 보건데 박근헤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구속되었을 때 누가 나서던가. 죄가 저 살기 바쁜 꼬락서니를 보고서도 무모한 짓을 저지른 것이다. 당시 야당 입장에서는 보란 듯이 탄핵 수속을 밟았고 처음에는 그나마 편을 서던 사람들도 모두 등을 돌렸다. 지금 같으면 대한민국 대통령은 이재명 말로는 할 사람이 없어야 맞다.
누가 해도 어떤 트집이든 잡아서 달달 볶는데 누군 든 해낼 수 있을까. 어쨌거나 지금 승자는 이재명이다. 한마디로 가진 자인데 여유가 없다. 설령 윤석열을 풀어주고 어느 정도 살만한 거처나 기본적인 경호라도 해 준다면 국민들이 보는 견해가 어떨까. 지금처럼 개잡듯 탈탈 털어서 주변인들까지 숨도 못쉬게 한다고 더 큰 이득이 있을까.
누가 봐도 정치보복이고 그 정도가 국제사회의 눈이 두려울 정도다. 구속 중에도 수사를 위해 출석하라니 속옷만 입고 버티는 것이나 안한다고 수사관들을 보내서 달랑 들었다 패대기쳤다는 소식들이 전해지면서 진위여부를 떠나 개망신이다.
이미 승자가 되어 용상에 앉아 있는 이재명 대통령이 만약 여유 있게 베풀었다면 그런다고 전세가 뒤집어진 이런 상황에 누가 감히 다시 고개를 쳐들까. 전반적인 분위기는 조선시대 역적들이 부패한 왕권을 찬탈하고 이른바 혁명을 일으켜 임금의 주리를 틀고 단두대에 망아니 칼춤을 추게 하는 형국이다.
전쟁이 나도 어느 한쪽이 승리하면 패전국의 장수는 정중히 대우한다. 삼국시대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있었지만 역사를 들춰보면 왕에 대한 예우는 어느 정도 챙겨 주는 것이 관례이자 승자의 여유였다.
만약 남북이 다시 충돌해 김정은이 패전국의 수장이었더라도 기본적인 예우는 해가면서 인권, 독재, 등에 대해 재론의 여지를 갖는 것이 국가 원수였던 자에 대한 기본적인 격식이다. 하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임당시 국민의 절반이 넘는 지지도를 보였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지금같은 꼴을 보인다면 과연 이재명 대통령이 존경받을까,
아니면 지금의 여당들이 항변을 하며 난리를 칠까. 이미 대세는 기울었다. 가진 자의 여유가 국민들의 분열을 잠재우고 새 정부에 대한 반감을 줄이는 효과를 거두진 않을까. 누구 편을 들어서가 아니라 제 3국에서 한국을 보는 눈이 민망해서다. 일지이무 하나만 알고 둘을 모르는 처사가 아닐까.

hyunsur so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