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달라진 보신탕 왕좌
2026.07.15 14:18:42

오늘은 24절기 중 하나인 초복 날이다. 기상청의 예보보다 5천 년 전부터 내려온 24절기가 더 잘 맞음은 기후변화가 어쩌니 하는 과학적 해석보다 더 설득력이 있다.
일명 삼복더위로 불리는 초복은 자칫 불볕 더위로 여름철 건강이 우려되어 먹는 것이라도 제대로 찾아 먹어야 허약해진 몸이 유지되지 않을까 해서 전해온 풍습이자 민간 요법이다.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이날은 견육, 일명 개고기가 가장 우선 적으로 손꼽혔던 개 식용 금지법이 시행 8개월을 앞두고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다. 개고기를 합법적으로 먹을 수 있는 마지막 해다 보니 개고기 도매가가 급등해 보신탕 한 그릇 가격이 반년 새 두 배가량 올랐다.
지난해 12월 보신탕 한 그릇이 1만 2,000원 었다가 지금은 2만 5,000원으로 올랐다. 전국 식용견 사육 농장이 대부분 문을 닫으면서 법적으로는 마지막 시판 개고기가 될 2026년 이후 내년부터는 복날 개고기가 유통 경우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
이미 식용 개 전국 개 사육 농장 1,537곳 중 82%인 1,265곳이 폐업을 완료하고 남은 농가는 272곳이다. 그동안 신고된 식용견은 46만 6,000마리에 순차적인 개체 감축과 단계별 폐업이 기한 내 차질 없이 진행되면서 현재 현장에 남은 실질 사육 개체 수는 대폭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개정안 당시 국민의 힘이 당론으로 채택하며 김건희 법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렸다. 그동안 개고기가 몸에 좋다는 근거없는 맹신론은 가난했던 시절 먹을 것이 부족해 단백질을 보충하려던 환경속에 전해져 내려온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풍족한 식자재 공급도 그렇거니와 다양한 음식문화의 발전에 힘입어 굳이 개고기를 식용으로 선호해야 할 일이 없어졌다. 일각에서는 개고기 식용문제에 대해 정부가 굳이 나설 필요가 있냐는 의문이다.
먹을 사람은 말려도 어떤 식이든 먹을 것이고 안 먹는 사람은 거져 줘도 안 먹을 텐데 먹는 음식까지 국가가 나서서 이 래라 저 래라 법으로 정하냐는 주장이다.
문제는 남아 있는 개들이 식용으로도 안되니 도살할 수 밖에 없는데 시간을 두고 천천히 분양시키며 또는 수명을 다해서 사라질 때까지 천천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어떤 식이든 식용개는 사라질 것이고 애완견만 살아남을 것이다.
필자도 어릴 때 부터 개를 늘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개에 대한 장, 단점을 누구보다 잘 안다. 언젠가는 수명이 다해 이별을 해야 하는 아픔도 있지만 평소 살아생전 온갖 충성과 귀여운 짓을 다하는 개는 인간의 반려 동물 임에는 틀림없다.
불과 한 달 전에도 8년간이나 키운 애완견 “보물”을 매장하고 돌아서는 마음이 애잔했다. 함께 찍은 수 백 장의 사진도 그러하거니와 금방이라도 짖으며 반길 것 같은 힘찬 꼬리 짓은 눈에 선하다. 이렇듯 반려견은 과거 조선 시대 이전부터 우리 일상생활에 깊숙이 함께 생활해 오며 집 지키는 경비 역할을 해왔다.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를 대충 끊여 줘도 잘 먹으니 오죽하면 음식의 질을 개죽 쑤듯 이라고 표현했을까. 인간이 가장 크게 잘못했을 때 개만도 못하다고 하고 욕을 할 때도 개새끼라고 하며 엉망진창이 되었을 때 개판이라고 한다.
중요한 건 토종개가 식용이었는데 식용이 사라지니 토종은 자취를 감출 것이고 종자도 알 수 없는 외래종이 마구 등장한다. 이른바 똥개는 잡아먹어도 외래종은 사람보다 더 귀한 대접을 해준다. 어디 개 뿐일까.
새도 참새는 포장마차 구이로, 외래종은 새장에 넣어서 사료와 놀이터도 만들어 준다. 물고기도 열대어는 수족관에서 귀하게 키우지만 토종은 죄다 매운탕으로 소진된다.
꽃조차 진달래, 개나리는 촌스럽고 영어로 불려지는 꽃들은 화려한 바탕글의 모델로 등장하니 이대로라면 한국산 모든 동 식물들은 멸종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으면 촌스럽지만 구멍이 숭숭 뚫인 청바지는 세련미의 극치로 손꼽힌다.
어디 그 뿐일까, 우리가 쉽게, 너무나 당연히 잊어버렸던 많은 것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소중한 것들임, 그조차 몰랐던 일들이 지켜줘야 함의 범위를 벗어났던 것들을 이제라도 되돌이표를 찍어야 할 것 임을 공감해볼 필요가 있다.
굳이 키친 문화대신 부뚜막의 정서라 하더라도, 냉장고 대신 장독대 어느 한 곳이라 하더라도, AI가 대신하지 못할 여지가 있다면 너무 그리 간과하지 말아야 할 가치는 있다.
어쩌다 보니 필자는 먹다 남은 음식이랑 사료를 모아 닭과 토끼와 거위를 키우고 아침에는 달걀을, 저녁에는 별일 없는지 살펴보는 일과를 보내고 있다.
당연히 잡아먹어야 함에도 산란부터 병아리가 되고 키우다 보니 아침저녁으로 정이 들어 이도 저도 못할 지경에 이르고서야 그 흔한 켄터키 후라이드도 못할 경지에 이르름에 도달한다. 인간이 식물만 섭취한다면 과연 단백질은 어디서 보충할까.
여름방학 때 당연히 먹었던 메뚜기와 번데기와 개구리 뒷다리를 지금 와서 혐오 식품 이라 할 수 있을까. 가난할 때 식품이 살만할 때 혐오라면 먹거리를 가지고 선진국 논리로 따라가는 것은 생존권 포기라 할 수 있다. 약 8년 전 어느 가수가 “뱀이다” 라는 노래로 힛트 친 적이 있었다.
섬칫 하지만 가사 내용에는 개구리를 포함해 착한 효녀의 심성을 그린 가사 내용이 인기를 얻었다. 그렇게 하나 둘 씩 사라진 개, 뱀, 개구리 대신 오늘처럼 초복에 염소가 “왕”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병인가? 뭐가 잘되면 뭐가 붙는다고 국내산 염소 대신 원산지 거짓 표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원산지 표기에는 국내산과 호주산을 섞어 사용한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실제로 주방에 있는 고기가 죄다 호주산으로 드러나 고객들을 실망케 하고 있다. 펄펄 끊는 염소탕의 고기 원산지를 어찌 알까. 어디 염소 뿐일까
오리, 닭, 기타 보신용으로 인식된 모든 식육 고기가 다 유사하다. 물론 일부 식당의 사례겠지만 전부를 위해서라도 하마부터 음식물로 장난질 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문득 한 달 전 뒷동산에 필자가 묻은 “보물이”보다 50년 전 개장수한테 팔려 간 “미리”가 더욱 생생한 것은 애증일까 순정일까.
덕암 김균식
김균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