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늙기도 서러운데 짐조차
2025.11.27 04:32:04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늘 돌인들 무거우랴 늙기도 설워라커늘 짐조차 지실까 1536년 태어나 1593년 고작 5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조선시대 송강 정철이 지은 시조다. 요즘 평균연령으로 치자면 노인도 되어보지 못한 사람이 노인의 마음을 읽고 지은 것이 된다.
하지만 어쩌랴 현재의 노인들은 기초연금에 그나마 학교 앞 학생들의 등교시간에 맞워 깃발이라도 들어야 몇 푼 더 받을 수 있으니 대한민국 노인들의 현 주소다. 한때 대한민국 발전에 온 몸을 다 받쳐 노력하고 5남매 심지어 9남매를 길러가며 인재양성의 실질적 바탕이 되었던 노인들이 참담한 현실에 처해 있는 현실은 더 늦추지 말고 개선방안이 나와야 한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노인학대 신고 중 아들 이 55% 며느리가 14% 딸이 12%나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즉 집안에서 알게 모르게 부모님 학대가 있었다는 것인데 젊은 것들이 제 생각과 다르다고 부모를 함부로 대하는 것이 문제다. 비록 몸은 늙어서 힘이 없고 제대 씻지 않으면 냄새가 날수도 있고 돈을 못 버니 경제적으로 쓸모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식에게 없는 것이 있다면 경험이요 지극한 사랑이고 자나 깨나 걱정하는 염려다. 노인이 날 때 부터 노인이 아니고 지금 젊은이들 또한 머잖아 노인이 될 터인데 어찌 현재의 노인만 노인이라 칭할까 너무 괄시하지 않아도 곧 고인이 될 것이며 북망산천 가보면 먼저 간자나 나중 온자나 거기서 거기다.
각설하고 지난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앞서 6월 15일은 노인학대 예방의 날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노인의 날과 학대예방의 날이 정해졌을까. 노인학대는 남도 아닌 부부간의 문제도 심각하다 주로 남성이 여성에게 학대하는 경우도 있지만 남성이 학대 받는 경우도 만만찮다.
약 88%가 할아버지 뒷수발에 인격모독에 시달리며 산다는 것인데 자손들 부끄러워 이혼도 못하고 사는 경우가 다반사다. 안 그래도 대한민국은 초 고령 시대에 접어들어 저 출산과 맞물리면서 평균연령이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관공서, 일선 매장, 공공기관에 노인들의 취업이 급속히 확산될 것이다 이미 일본이 그러하고 전 세계적인 추세다.
노인이란 말 그대로 늙은 사람인데 늙고 젊음의 차이는 시간이 결정하는 것이며 생로병사의 굴레를 벗어난 사람은 인류역사상 그 누구도 없었다. 어떤 의학박사는 첨단 의료의 발달로 영생이 가능하다했고 어떤 종교지도자는 죽어도 영원히 사는 세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윤회설을 주장하며 있는 돈 없는 돈 다 갖다 바치라고도 했다.
인간은 삶이 두려워 사회를 만들었고 죽음이 두려워 종교를 만들었을 뿐이며 늙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과정에 불로초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빠르지도 늦추지도 않게 정확한 초침이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이제 남은 숙제는 자식이나 이웃이나 지인이나 기타 주변인들이 괄시를 하든 떠받들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노인 스스로가 남은 삶을 귀하게 여기며 시간의 흐름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물론 언젠가 먹고 배설하는 것조차 스스로 할 수 없는 날이 오겠지만 그때는 그때 가서 볼일이고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숨 쉬는 날까지 버텨야 하지 않겠는가.
살다보면 가장 필요한 게 돈이고 그나마 뼈 빠지게 땀 흘려 번 돈은 이미 말만 번지르르 하던 자식한데 다 털리고 난 뒤라 누구에게 무슨 염치로 신세를 질까. 자식인들 제 맘대로 할 것이며 며느리나 딸자식의 사위가 필요하다는데 필요한때 주지 않았다가 돌아올 원망도 그러하거니와 죽어 가져갈 것도 아닐진대 움켜쥔들 무슨 가치가 있을까
그러니 장례식장에서 만난 자식들이 불과 1억 원도 안 되는 유산 갖고 소송을 하는가하면 피터지게 싸우기 마련이다. 이미 그러한 장면은 문상객들 눈만 없다면 집집마다 멱살잡이가 벌어지고도 남음이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있는 돈이라면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줘도 욕먹고 안줘도 욕 먹는게 유산이며 노인의 날 노인을 위해 줄 사람은 노인복지라며 생색만 내고 빈껍데기인 정책을 제시하는 정치인도 아니요 낳고 길러주고 가르치고 출가까지 시킨 자식은 더더욱 아니며 요양병원의 간병인이나 온갖 검사한답시고 X레이, MRI, CT 찍어대며 의료수가를 올리는 의사도 아니고 빈손으로 찾아오는 친구도 아니다.
어릴 때 자라던 혈육도 아니며 겪 없던 동창생이나 사촌 육촌 형제도 아닌 것이다. 오직 각자의 건강을 자신이 스스로 지키고 주변에 민폐 끼치지 않으려는 노력을 부단히 경주할 때 그나마 덜 추한 것일진대 나이 먹고도 부끄러울 줄 모르고 여기저기 손 벌리거나 단체 활동에 끼어들어 기념 수건이라도 챙기려는 추함은 이제 내려놓아야 한다.
가을이 괜히 가을이며 겨울이 괜히 겨울 이던가 한여름 푸르렀으면 조금씩 내려놓으라고 낙엽으로 변케 한 것이고 간혹 푸른 잎 유지하다가 폭설이라도 오면 그 무게 못 이겨 가지째 부러지니 자연의 이치란 참으로 사소한 것 하나까지 그럴만한 이유를 품고 있음이다. 태어나서 성년이 되고 나니 남자는 군대에 가고 여자는 조신하게 신부수업을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리해도 결혼하여 자식 낳고 보면 금새 마흔 되고 오십 되니 실제 차 떼고 포 떼고 나면 자신을 위해 사는 시간은 그리 많이 않다. 어디 그 뿐인가 자식이 원수라는 말이 괜히 있으며 무자식이 상팔자란 말도 괜히 있지는 않은 듯 싶다.
살아도 죽은 것이나 진배없이 침상에 누워 세월을 보낸 들 숨만 쉬는 것이지 대소변 남에게 맡긴 이상 건강수명이 아니라 생존수명일 뿐이다. 그러니 결국 퇴직하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노인의 수명은 불과 10년 남짓하다 머리맡에 약봉지만 수두룩하니 젊었을 때 생각이나 했을까.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니 건강 수명 살면서 노인취급 당한다면 삶이 너무 짧지 않을까.

hyunsur song
